데이트 폭력, 연인들은 왜 분노하는가?
데이트 폭력, 연인들은 왜 분노하는가?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고 분노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피해자는 상대방의 폭행행위가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생각할 수 있고, 연인 관계를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나 법적으로 연루되어 증거수집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경찰청 보고에 따르면, 2019년 데이트 폭력의 신고 건수는 2016년에 비해 2배 이상 높은데, 검거비율은 약 40% 감소했다. 데이트 폭력은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는 정도로 신체적이고 성적이며, 정신적이거나 정서적인 학대를 일삼는 행위를 말한다.
연인은 친구보다 좀 더 친밀하고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연인들 간 갈등은 사랑이 싹트거나 증폭될 때보다는 사랑이 점점 식어가거나 신뢰가 상실될수록 갈등 또한 고조되어간다. 그 갈등은 스트레스가 되어 축적되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서 침착함 또한 잃어간다. 연인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공감과 이해가 어려워지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상대를 비난하거나 무시하며 자존감을 상하게 한다. 급기야 감정이 폭발하면서 신체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종종 길거리에서 연인이 서로 다투거나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주로 팔을 비틀거나 떠밀고, 물건을 던지기도 하며 서로 잡아끌거나 뺨을 때리는 등의 모습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한 사람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고 매번 늦게 나오는 경우, 잘못했는데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자신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 이별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별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이별에 대해 수용하지 못하고 스토킹을 하거나 상대에게 매달리며 애원하는 일도 흔히 발생한다. 매달리는 사람을 무시하면 할수록 상대는 더욱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수시로 연락을 취하거나 사전 약속 없이 집에서 기다리는 등의 이별 요구자에게 위협감을 주기도 한다. 위협을 느끼는 당사자는 충분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대처가 필요하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대처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 경찰, 폭력 관련 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신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주로 데이트 폭력을 당하면, 피해자는 혼자 해결하거나 지인이나 친구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한다. 가족이 모르거나 반대하는 대상이라면 가족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데 이유는 이후, 새로운 연인 상대를 만나는데 제재가 가해질 수 있고, 가족의 관리 감독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가 좀 더 용감하게 주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필요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타인에 대한 불신감으로 인해 사회적 단절감을 느끼고,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것 같은 불안감과 함께 가해자에게 보복을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자신이 가해자인 상대를 잘못 선택하여 만남을 유지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자신이 당한 수모와 수치심을 느끼면서 우울로 발전하기도 한다. 심하게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가해자와 유사한 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정서적 반응들은 사회활동에서도 나타나는데 사회적 관계를 원만히 유지하지 못하고 위축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이 당한 일에 대해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피해자를 돕는 방법은 데이트 폭력 사건 이후에 나타나는 어려움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방해요인이 무엇인지 찾는다. 주로 방해요인은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불균형과 불안정감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인데 이 스트레스를 관리하거나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시 다루어야 할 것은 데이트 폭력의 경험을 통해 일으키는 분노 반응을 정서적인 언어로 설명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피해자가 감정에 대하여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울 때는 수많은 감정 단어를 제시하여 시간대별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찾아 하루 3번씩 일주일 간격으로 정리해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순례. 상담학박사. 새전북신문사 2020년 11월 17일자 신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