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오심리상담센터

애도작업

닥터오 0 1,277 2021.05.18 11:10

진실이 가려진 가혹한 애도 작업

 

지난달 30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되어 숨진 채로 발견된 의대생 손 씨(22)는 사건 당시 친구 A씨와 함께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재까지는 일부 증언이 있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그 사인은 익사라고 한다. 사인이 익사라고 하니, 부모는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익사까지 했을까? 한없는 서글픔에 빠져있는 부모의 마음을 실제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쉬이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 사건에 관해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저 남의 일이고, 시간이 지나면 묻혀버릴 사건이라고 여기며, 한 가족의 억울한 죽음의 메시지에는 전혀 반응이 없는 이들도 많다. 누군가의 실수이든 고의이든 의대생의 죽음은 남아 있는 부모에게는 한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고통이다.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간 아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4월 마지막 날 새벽 추운 물속에서 오들오들 떨었을 망자를 생각하면, 오뉴월에도 오한이 든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가슴이 찢어지는 마음으로 밤마다 잠을 못 이루며 뜬눈으로 지새울 것이다.

 

부모는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의 사인을 밝혀내려는 마음 때문에 주저앉을 수도 없다. 자식에 대한 의문의 죽음은 부모에게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심리적 외상의 슬픔 속에서 죽음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러한 심정의 부모에게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위로의 말이다. 부모는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도 편히 잠들 수 없다. 이미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품에 안을 수도 없고, 자식의 흔적만이 집안 곳곳에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은 오로지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모든 정황이 밝혀지고 나면, 그제야 부모는 자식의 상실을 극복해 가는 애도의 과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부정하는 단계가 오래 갈 수 있다. 더욱이 자식의 죽음에 관한 풀리지 않는 의문 때문에 분노가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식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애도 작업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 부모의 마음이 진정이 되면, 자식이 죽은 곳에 가서 마음을 달래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이때, 마음속으로 지난날들을 기억하면서 자식과 함께한 경험들을 기억으로 되짚으며 하나하나 상기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식을 쉽게 보낼 수는 없지만, 여러 날에 거쳐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 비로소 자식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자녀 상실에 대한 애도의 기간은 4, 5년으로 자녀와의 소중한 물건, 관계, 역할, 추억들과 분리하는 기간은 사별자마다 다르다(윤득형, 2017). 부모는 자식이 보고 싶을 때마다 실제 사진을 보며 자식의 모습을 상기시키고, 그때 그 시절에 함께 했던 추억들을 회상해본다. 현재 그가 살아있다면, 몇 살이나 되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의 가슴에 묻어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은 영원히 남아 사라지지 않겠지만, 서서히 자식의 죽음을 수용해 보는 과정으로 거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과 남은 사람을 위해 좀 더 힘을 내어 살아가려 애써보는 것이다. 이것이 자신과 곁에 있는 사람, 그리고 죽은 자식을 위한 일이 아닐까. 자식의 육체를 이 세상에서 떠나보내도 마음속에는 자식과 함께 한 경험이 있다. 언제까지라도 마음속에 함께 할 터인데 억지로 마음에서 떠나보내려 하지 않아도 된다. 억지로 마음으로 죽은 자식을 밀어내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로 나타나 더욱 깊은 슬픔에 잠길 수 있다.

 

현재 생각은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현재 상황이나 경험을 통해 과거 생각나지 않았던 기억들이 새롭게 떠올리기도 하고 묻혀있던 기억들이 부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미화시켜 재구성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고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김순례 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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